(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도 않는다."
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이 지난달 틱톡에서 소개한 신조어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 미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조용한 사직은 실제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 주어진 일만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플린은 틱톡에 올린 게시물에서 "최근 조용한 사직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며 "주어진 일 이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만두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게시물은 현재 35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조용한 사직을 해시태그로 단 게시물이 SNS에서 퍼지고 있는데요.
미국 언론도 앞다퉈 이 현상을 분석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허슬 컬처(hustle culture)를 버리고 직장에서 (주어진 일) 이상을 하려는 생각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조용한 사직을 소개했습니다. 허슬 컬처는 개인의 삶보다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일에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는 것을 뜻하는데요.
더힐은 "조용한 사직자의 대부분은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이고, 일부에서는 이것이 코로나19 팬데믹이 부른 대퇴직(Great Resignation)의 연장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며 "핵심은 사람들이 자신의 업무 범위 이상으로 일할 때 승진이나 더 많은 급여, 더 많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 허슬 컬처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는 '탕핑(?平)주의'라는 말이 유행했는데요.
탕핑주의는 아등바등 노력하지 않고 최소한의 벌이로만 생계를 유지하자는 생활 태도로, 중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 시스템과 청년층의 박탈감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분석됐습니다. 사회에 대한 소극적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국내에서도 미래보다 현재를 즐기는 '욜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에 이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용한 사직이) 젊은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사실은 오래된 이슈이며 특히 한국의 경우 장시간 노동문화가 굉장히 오랫동안 정착되어 왔던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번아웃(소진)에 가까운 상태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소진되어 있는 혹은 소진될 수 있는 위험을 본인이 느낄 때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바로 사직할 수는 없는 상태, 사직 전에 일에 있어서 자신의 바운더리(경계)를 다시 한번 설정하는 것"으로 '조용한 사직'을 해석했습니다.
또 "내가 이렇게 달려왔는데도 회사에서 혹은 동료들이 나를 인정하지 않고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나는 지금 뭘 하는 것인가 하는 현실에 대한 자각이 있을 수 있고 게다가 번아웃에 맞닥뜨리게 되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권 교수는 특히 "팬데믹(코로나19) 이후 상당히 많은 사람이 가족이라든지 자기 생활이라든지 이런 데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특히 서양에서는 굉장히 이게 충격적으로 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런 바운더리를 다시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제작 : 황윤정·서정인>
<영상 : 연합뉴스TV·로이터·삼성카드 유튜브 채널·pexels>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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